명동에서 보낸 오랜만의 데이트, 그리고 다음엔 어디로 갈까
아내가 명동에서 볼일이 있다고 했다. 평소라면 “다음에 보자” 하고 지나쳤을지도 모르지만, 문득 생각했다. 언제 마지막으로 한강다리를 건너 명동까지 와봤더라?
예전에는 참 자주 오던 곳이었다. 사람 구경도 하고, 맛집도 찾아다니고, 별다른 목적 없이 골목을 걷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던 시절. 그런데 어느새 바쁜 일상 속에서 명동은 관광객들이 가는 곳 정도로만 기억 속에 남아 있었다.
그래서 이번에는 아내의 볼일이 끝나는 시간을 기다렸다가 오랜만에 명동 데이트를 하기로 했다.
🍺 첫 번째 코스, 역시 만선호프

명동에 왔는데 만선호프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.
오랜 세월 같은 자리를 지켜온 명동의 상징 같은 곳.
바삭하게 튀겨낸 후라이드 치킨 한 접시에 시원한 생맥주 한 잔.
사실 특별한 메뉴는 아니다.
하지만 이상하게 만선호프에서 먹는 치킨은 집 앞 치킨집과는 다른 분위기가 있다.
퇴근 후 웃음소리, 여행객들의 설렘, 오랜 친구들과의 건배 소리가 뒤섞인 그 특유의 활기.
아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맥주잔을 부딪쳤다.
“우리 진짜 오랜만에 명동 왔네.”
그 한마디에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.
치킨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.
소금에 살짝 찍어 먹고, 치킨무 하나 집어 먹고, 맥주 한 모금. 이 조합은 언제 먹어도 실패가 없다.
오랜만에 먹는 치맥이라 그런지 더 맛있게 느껴졌다.
🍜 두 번째 코스, 명동교자의 변함없는 맛

배가 어느 정도 찼지만 명동까지 왔는데 명동교자를 빼놓을 수 없었다. 줄이 길어도 이상하지 않은 곳.
다행히 생각보다 오래 기다리지 않고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.
칼국수 한 그릇과 만두.
그리고 명동교자의 마늘향 가득한 김치.
국물을 한 숟갈 떠먹는 순간,
“아, 이 맛이지.”
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.
진한 육수와 부드러운 면발.
오랜 시간 사랑받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.
특히 만두는 속이 꽉 차 있으면서도 담백해서 칼국수와 함께 먹기 딱 좋았다.
배가 불러도 자꾸 젓가락이 가는 맛.
아내와 서로 “조금만 더 먹자”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그릇이 비어 있었다.
🍧 세 번째 코스, 팥고당의 달콤한 마무리

식사의 마지막은 디저트.
명동에서 요즘 인기라는 팥고당에 들렀다.
우리가 주문한 메뉴는 흑임자 팥빙수와 견과 팥빵. 그리고, 아메리카노.
흑임자의 고소함과 팥의 달콤함이 생각보다 훨씬 잘 어울렸다.
무엇보다 팥이 지나치게 달지 않아 좋았다.
한 숟갈 먹을 때마다 흑임자의 깊은 풍미가 느껴졌고, 부드러운 얼음과 함께 입안에서 사르르 녹았다.
견과 팥빵 역시 기대 이상이었다.
팥의 달콤함에 견과류의 고소함이 더해져 커피와 정말 잘 어울렸다.
배가 부른데도 디저트는 또 다른 배가 있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닌 듯했다.
❤️ 나이가 들어 더 좋아진 시간
맛있는 걸 먹고,
천천히 걸으며 이야기하고,
서로의 하루를 들어주는 시간.
거창한 이벤트가 아니어도 충분히 행복하다는 걸 느낀 하루였다.
아내 덕분에 오랜만에 한강다리를 건너 명동까지 왔고, 잊고 있던 추억들을 다시 꺼내볼 수 있었다.
🤔 다음엔 어디를 가볼까?
명동 데이트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.
우리는 또 다음 약속을 고민했다.
을지로 골목에서 노포 감성을 즐겨볼까.
익선동 한옥거리에서 분위기 좋은 카페를 찾아볼까.
북촌 한옥마을을 천천히 걸어볼까.
아니면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치킨 한 마리 포장해 돗자리 데이트를 해볼까.
어디를 가든 결국 중요한 건 장소보다 함께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.
그래도 다음엔 또 어떤 맛있는 추억을 만들지 벌써부터 기대된다.
명동에서의 오랜만의 데이트.
맛있었고, 즐거웠고, 무엇보다 행복했던 하루였다.
그리고 우리 부부의 다음 코스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.
그래서 더 설렌다. 😊